[김믈브 칼럼] 위험한, 그러나 달콤한 마핸 이야기


스포츠베팅에 입문하게 되면 가장 먼저 배우는 전문용어가 하나 있다. 바로 마핸과 플핸이다. 처음 듣는 사람은 이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른다. 토쟁이가 아니고선 이 말 뜻을 이해할 사람도 없다. 마핸은 마이너스 핸디캡의 준말이고, 플핸은 플러스 핸디캡의 준말이다. 그러나 이는 우리만이 쓰고 있고, 알고 있는 말이다.

사실 스포츠베팅의 본고장인 영국에서는 마핸은 쳐주지도 않는다. 내가 영국 런던에 첼시 경기를 보기 위해 갔을 때, 지나가던 첼시팬에게 머지사이드 발음으로 "do you know ma-haen?" 이라고 물었더니, 그 첼시팬은 "I don't know ma-haen. but I like PSY and JYP"라고 하던 게 눈에 선하다.

본토에서의 정식명칭은 아시안핸디캡 혹은 스프레드 베팅이라고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마핸과 플핸의 개념이 아시안핸디캡과 스프레드 베팅에 포함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 마핸과 플핸은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생각보다, 그 역사가 그리 길지는 않다. 다들 잘 알겠지만, 본래 스포츠베팅은 경마로 부터 시작되었다. 마권을 팔던 회사에서 그 영업종목을 넓혀가며, 스포츠베팅, 온라인카지노, 키노, 온라인 슬롯머신에까지 손을 뻗치게 되었다. 1980년대 세계적인 경제대호황(우리나라는 3저 호황)에 맞물려, 여유자금이 넘치던 좋은 시기가 있었다. 일본은 부동산에 돈이 몰려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던 시기,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는 여유자금이 마권구매로 몰렸다. 경마로 부터 스포츠베팅이 시작되었기에, 말이 달리는 종목이 아님에도 스포츠에 베팅하던 것을 마권구매라고 부르던 시기가 있었다. 어쨌거나, 아시아 시장에서는 보다 다양한 마권구매 고객들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경기결과에 0.5라는 핸디캡을 주어 판매하기 시작했다. 근데 이게 예상외로 잘 팔려나갔다. 어느 한 회사의 아이디어로 시작하게 된, 핸디캡을 부여하는 승부예측 방식을 다른 회사들도 이내 따라하게 되고, 1990년대 아시아 베팅시장의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1999년쯤 유럽 베팅회사들도 이 핸디캡을 부여하는 방식을 채택하기 시작했고, 축구를 필두로 다른 종목에까지 확대되었다. 이리하여, 마핸과 플핸의 개념이 생겼다. 해외베팅사이트에서 아시안핸디캡이라고 하는 이유는 최초에 아시아 마권시장에서 발생했고, 자기들은 사용하지 않던 베팅방식이었기 때문이다. 본래, 유럽시장에서 스포츠 베팅에는 승무패, 승패만이 존재했고, 따라서 정배는 저배당, 역배는 고배당이 책정되었다. 핸디캡을 통한 동배당을 구현한 것은 1990년대 말이었다. 이 방법을 적극 실행한 이유는 당연히 회사측에 이익이 되기 때문이었다. 정배란 늘 회사에 불리하다. 아주 강한 축구의 특정팀에 돈이 몰리면, 손실을 보는 경우까지 생긴다. 돈이 몰리는 걸 방지해주는 게 바로 아시안핸디캡이었다. 베터의 입장에서도 1.04같은 저배당을 핸디캡을 통해 1.9 이상의 배당으로 보상 받을 수 있으니 꽤나 괜찮은 베팅방법이었다. 이렇게 베팅회사와 베터간의 니즈(needs)에 의해서 이 아시안핸디캡의 인기는 날로 치솟아 갔다. 그리고 현재에는 유러피안핸디캡의 인기를 눌러 아시안핸디캡이 베팅이 대세로 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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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한대로 도박꾼들이나 장사치들은 자신이 손해가 나는 일을 절대 하지 않는다. 각자이 손익계산에서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부분이 있기에 취하게 된 것이다. 나는 야구전문이니 야구에 대해서만 이야기 해 보련다.

메이저리그의 경우 마핸은 평균 2.4 배당이 넘는다. 정배 받은 팀이 2점 이상 차로 이기면 이 큰 배당이 들어온다. 그런데, 이것이 들어올 확률은 3경기 중 1경기 밖에 되지 않는다. 결국 2.5 배당을 받아도 3경기 중 1경기라면, 손실이 생긴다. 플핸의 경우는 평균 1.5~6배당 정도 된다. 10경기 중 6경기 정도는 들어온다. 그런데 이 평균배당으로 6경기를 먹어도 손해가 나는 구조다. 차라리 역배를 가는게 손실이 조금 더 줄어든다. 이렇듯 평균적으로 볼 때, 마핸을 가든 플핸을 가든 어느 쪽이든 손실이 발생한다. 플핸의 경우는 오히려 역배의 고배당을 빼앗는 역효과까지 발생한다. 마핸의 경우는 어떤가? 0.3~0.7배당 더 먹을려고 하다가, 한 점차로 이기는 정배팀의 많은 경기에서 실패를 맛봐야 한다.

내셔널리그의 경우 많은 경우 한점차 승부가 40%대까지 육박하는 경우가 있다. 리그특성상 투수타석이 있기에 대량득점을 노리기 보다는 번트를 통해 아웃카운트 하나를 헌납하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아웃카운트 하나의 유무차로 인해, 5점 날 점수가 1점이 되기도 하는 게 야구다. 단, 3번 밖에 없는 기회에서 하나를 버리는 것은 그만큼 치명적이다. 그래서 빌리 빈 같은 세이버매트리션은 희생번트를 혐오한다. 그는 전적으로 마핸적 사고를 하는 인간이고, 오클랜드 역시 시즌 중 마핸 승이나 마핸 패가 가장 많은 팀이다.

아메리칸리그의 경우는 1점차 승부가 내셔널리그보다 훨씬 적다. 지명타자제에 의한 빠따의 팀들답게 시원하게 점수를 내는 경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빠따의 팀이라 좋은 선발이 나와도 역배가 그만큼 자주 터지는 게 아메리칸 리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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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우리 토쟁이들은 개똥배가 사고치면 정신적으로 멘탈이 흔들린다. 그리고선 다시는 개똥배는 손 안 댈 것이라, 다짐을 한다. 그리고선 핸디캡에 손을 댄다. 핸디가 틀리면 그래도 1.9배당의 핸디캡에 갔으니 그리 낮은 배당도 아니라, 다음에 만회할 수 있다며 위안을 삼는다. 그렇게 이러한 일이 무수히 발생하게 되고, 잔고는 바닥이 나게 된다. 개똥배(정배)만 갔을 때보다 잔고가 비어드는 속도가 훨씬 빠른게 핸디캡 베팅방식이다. 왜냐? 복구가 눈 앞에 있고, 손에 닿을 것 같기에 보다 쉽게 베팅하게 된다. 보통 정배(똥배당)에 베팅하는 사람들은 돌다리도 두들겨 보는 심정으로 한 번 더 정밀한 분석을 하게 된다. 그런데 의외로 핸디캡 베팅에는 그만큼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역배 가능성만 보고, 안전지향적으로 플핸을 덥썩 물거나, 정배팀이 너무 압도적이라 생각되어 마핸을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역배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되면 역배를 가는 게 낫고, 정배팀이 너무 압도적이라 생각되면, 그냥 일반승을 가는 게 낫다. 가장 운이 없는 토쟁이 유형이 마핸 가니까, 일반승만 하고, 플핸가니까 역배 터져서 낮은 배당 먹는 경우이다. 이렇기 때문에 늘 잃는다.

마핸은 마틴벳을 하는 사람들 외엔 사실상 필요가 없다. 마틴벳은 금액 설정 차원에서 2.0배당 이상이면 아주 이상적이기에 마틴벳에는 마핸이 필요할지 모른다. 그러나 일반베터들이라면 마핸은 손도 안 대는 게 훨씬 나을 것이다. 그만큼 들어올 확률도 낮고, 따는 날보다 잃는 날이 더 많은 게 마핸이다. 반드시 명심해라. 마핸은 "악마의 핸드(惡魔의 HAND)"라서 마핸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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