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믈브 칼럼] 우리는 왜 똥줄이 탈까?



돌이켜보자. 내 인생에서 가장 똥줄이 탔던 때가 언제였던가? 대학 입시를 마치고, 내 목숨줄을 쥐고 있던 교수 앞에서 면접시험을 치뤘을 때? 아니면, 결혼 승락을 받기 위해 군장성출신의 장인을 처음 만난 날? 그도 아니면, 룸에서 낯선 여인의 슴부조작을 전문의의 시각으로 판별하고 있을 때, 마누라의 번호가 뜨는 전화벨소리가 울렸을 때? 아니, 아니 이 모든 때에도 나는 똥줄에 타지 않았다. 내가 똥줄에 탔던 기억이 선명하게 남아 있는 사건은, 농구스페셜이었다. 포틀랜드-덴버와의 경기에서 110-100 하나가 남아 있었고, 4쿼터 2분을 남기고 107-97로 자연스레 110-100 사이즈에서 덴버가 갑자기 3점슛을 연거푸 두 개 넣으며, 파작까지 시전할 때였다. 맞으면 7만배. 1000X64니까 맞으면 세금 제외하고도 5500만원짜리 잭팟인 경기. 그 경기에서 똥줄이 타오른다는 말의 의미를 실감할 수 있었다.

혹자는 똥줄타는 맛에 도박을 즐긴다고 한다. 그렇다. 모든 도박은 똥줄이 타기 마련이다. 똥줄이 타는 그 느낌은 말로 형언하기 어려울 만큼 초조하고, 심장이 두근거리고, 주마등처럼 숱한 생각들이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결과가 나왔을 때, 장탄식을 내 뿜으며 어떤 식으로든 이 깊은 똥줄의 울림은 해소되지만, 어쩐지(오히려) 내 명줄은 줄어든 것 같다.

대부분의 베터들이 가장 똥줄이 타는 순간은 아마 마지막 베팅일 것이다. 이번 달 생활자금까지 박박 긁어 베팅한 마지막 한 경기. 이 경기에서 지면, 더 이상 베팅을 할 수 없고, 앞으로 돈을 모으기 위해 꽤 오랜 시간을 버텨내야 한다는 이 모든 복잡적인 생각에 똥줄이 더더욱 타들어 간다. 마지막 승부에서는 이기고 있어도 똥줄, 지고 있으면 더더욱 똥줄이 탄다. 어쨌거나 경기가 끝날 때까지는 심장에서 똥꼬 끄트머리까지, 형언할 수 없는 지릿한 느낌과 함께 정신과 육체가 분리되어간다. <도박묵시록 카이지>란 만화에는 이러한 베터들의 똥줄 묘사가 기가 막히게 그려져 있다. 영화판에서 보면 후지와라 타츠야가 똥줄타는 연기란 어떤 건지, 메소드 연기가 가히 압권인데, 한 번 보시라!

모든 스포츠베팅이 다 그러하겠지만, 특히나 야구베팅을 즐겨하는 우리 토쟁이들은 다른 토쟁이들보다 똥줄이 더 탄다. 그도 그럴 것이, 야구는 그 어떤 종목보다, 역전과 역전이 자주 나오는 경기이고, 1점차 승부도 많다. 물론 그 1점을 얻는 과정이 타 스포츠에 비해 가장 복잡하긴 하지만, 단 한 방에 그 1점이 나기도 하는 게 야구다. 축구, 농구, 배구에는 없는 4점 플레이라는 것도 있어서, 3점을 앞서고 있어도, 단 한 방에 역전도 나온다. 통계상 야구에서 1점차 승부는 약 26% 를 점한다. 4경기 중 1경기 꼴로 1점차 승부이다. 4폴더를 묶어서 베팅하게 되면,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무조건 한 경기 때문에 똥줄이 타야하는 게 야구토쟁이들의 운명이다. 이러한 운명을 거스르는 방법 따윈 없다.

자 보자. 축구는 2점만 앞서고 있어도 어느 정도 안정권이고, "개푸근"이라는 설레발이 나온다. 그런데, 야구는 어떤가? 3점을 앞서고 있어도, 원찬스 역전권이기 때문에 불안불안하다. 감독이 스탯이 저조하거나, 경험이 일천한 투수를 내면, 입에서 욕부터 나온다. 경험적으로 얼마나 불안한 점수차이며, 또 얼마나 많은 역전을 당했는지 우리 몸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볼넷으로 주자만 나가도 스멀스멀 똥줄이 타 오른다. 특히나, 볼넷 다음에 홈런이라는 이 공식에 차라리 안타를 맞고 나가길 바라게 된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란 말이 있다. 오랜 경험상 야구 베팅에서 오는 똥줄은 피하기 어렵다(이걸 피한다면, 플핸과 마핸의 신이겠지!) 베터가 아닌 관중의 입장에서 접전의 승부를 즐겨라. 나름 야구가 더 재미있어 질 것이고, 똥줄 타는 야릇한 쾌감(?)도 동시에 얻을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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