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25절 인생의 역배에 관한 말씀
인생의 묘미는 예측불가능성에 있다고 그 어느 시인이 말했던가? 염을 하고 관에 누워, 관뚜껑에 못질하는 소리 들을 때까지 한치 앞도 모르는 게 인생이다. 점쟁이나 무당 혹은 이와 비슷한 직업군에 속하는 사람들은 예측할 수 있다고 할 지 모르겠으나, 그들은 자신들의 운명마저 예측하지 못한다. 뭐든 알고 나면 재미없고, 시시해진다. 연애할 때도 상대를 조금씩 알아가는 그 과정이 두근거리고, 설레고 재밌는 것이지, 막상 서로에 대해 익숙해지고, 많은 것을 알게 되면 재미없다.
베팅 뿐만 아니라, 인생 역시 확률을 계산하는 것이다. 내가 승진할 확률, 연봉이 올라갈 확률, 이번에 공무원 시험에 합격할 확률, 부학장이 될 확률, 여자친구가 생길 확률 등등. 물론 이러한 확률을 올리기 위해서는 본인의 노력과 능력이 중요하지만, 운도 따라줘야 한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아마도 '역배인생'일 것이다. 주류이기보다는 비주류이고, 권력에 근접해 있기 보다는 멀리 떨어져 있고, 정보의 생산자이기 보다는 소비자 입장일 것이다. 자신의 삶이 너무 안정적이어서 인생에서 단 한 번도 개똥배(정배)를 받은 적이 없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 세상의 구조는 정배로 이루어져 있다. 개천에서 용이 나는 경우는 '개역배'이고, 대부분은 부모의 소득, 직업, 학력이나 거주지, 환경에 따라 정배로 흘러간다. 간혹 그런 경우는 있다. 대학 시절 5대 5 미팅에 나갔는데, 나는 폭탄 중의 상폭탄이라 기대도 안 하고 상대 폭탄을 처리하려는 논개정신으로 나갔는데, 하필 상대쪽에서 가장 아름답고, 누구나 한 눈에 반할 여자가 나를 선택하는 일. 이런 일이 꼭 있다. 그 여자의 취향이 독특해서 나를 선택할 수 있다. 이런 경우 정말 개역배가 터진 경우이고, 대부분은 잘난 사람, 잘난 사람끼리 만나고, 못난 사람 못난 사람끼리 만난다. 정배는 정배끼리 이어지고, 역배는 역배끼리 이어진다. 세상의 이치까지라고 말할 순 없지만, 인간사 유유상종이라, 심리학적으로 인간끼리 서로 끌리는데는 비슷한 환경의 사람끼리 끌리고 마련이다. 정배 한 쌍이 결혼을 하면, 대부분 잘 산다. 정배 두 폴이 잘 들어오는 이유와 같다. 역배 한 쌍이 결혼하면, 얼마가지 않아 사단이 난다. 역배 두 폴이 잘 안 들어오는 이유와 같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사람을 가려 사귀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된다. 학생들 사이에서도 이는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현상이다. 대체로 '역배형 인간'같은 사람들은 사람들이 꺼려한다. 정배형 인간은 정배형 인간을 찾게 되고, 역배형 인간 역시 정배형 인간을 찾는다. 매슬로 교수가 말한대로, 주위로부터의 보호와 안정에의 욕구가 인간에게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부모된 입장에서도 자식들이 정배형 인간으로 커 주길 바란다. 당당한 사회의 일원이 되어, 떳떳하게 살아갈 수 있는 한 성인이 되기를. 그러나, 스포츠 베팅을 하면서 드는 생각은 이렇다.
과연 인생에서도 정배만이 정답일까? 누군가는 역배를 선택하기 때문에 그나마 이 세상이 균형을 이루는 게 아닌가.
지금까지는 4이닝 오바에 정배 마핸 같은 인생을 살아왔지만, 앞으로 남은 5이닝의 실시간 베팅에서는 역배에 손을 대련다. 왠지 우리네 인생은 그 쪽이 좀 더 재미있지 않을까? 베팅에서나 인생에서나 역배를 두려워 하지 말자. 두려움은 언제나 당신의 가장 큰 적이니.
정배에 인질로 묶여 살아왔어요. 역배 인생에 접어드는데, 불안하지만 두근두근 재미있네요.
답글삭제아 개역배같은 인생 살고 싶네요 ㅋㅋ 좋운글 감사합니다
답글삭제와진짜 이젠 인생까지 역배인생....글을정말잘쓰시네요 와닿고어렵지않은문체 스크랩좀해놔야겠어요!
답글삭제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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